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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18, 2층(청담동 50)에 위치한 카이세키 전문점 산로(三露)를 2025년 봄 첫 방문 이후 몇 차례 더 다녀온 기록이다. 헤드 셰프 유성엽 셰프가 교토 키쿠노이 혼텐(菊乃井本店)에서 6년간 수련한 이력을 지닌 곳으로, 국내에서 접한 일식당 중 가장 일본스러운 인상을 받은 곳이었다.
상호 ‘산로’에 담긴 다도의 의미
입구에는 유성엽 셰프의 스승인 무라타 요시히로(村田吉弘) 셰프가 직접 써준 ‘三露(산로)’ 족자가 걸려 있다. 상호 자체도 다도(茶道) 용어로, 손님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다실로 이어지는 정원 로지(露地)에 물을 뿌리는 행위를 뜻한다. 손님이 자리에 들어오기 전(席入り前), 중간 휴식 나카다치 전(中立ち前), 퇴장하기 전(退出前), 이렇게 세 차례 물을 뿌리는 것이 ‘산로’라는 이름의 유래다.

저녁과 점심, 방문마다 남은 인상
저녁은 세 차례 방문했는데, 호타루이카를 미소 베이스로 쪄낸 이이무시(飯蒸し)처럼 진한 감칠맛과 향의 조화가 돋보이는 요리, 다이토쿠지 낫토(大徳寺納豆)를 소스나 마무리로 활용하는 등 일본 고유 재료를 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산초 향을 입혀 솔잎 위에서 찌듯이 구워낸 소고기 무시야키(蒸し焼き), 얇게 썰어 살짝 익힌 뒤 얼음물에 담가 식감을 조절한 여름 소고기 요리 등 온도 조절이 맛의 핵심이 되는 요리가 여럿이었다. 점심은 두 차례 방문했는데, 우나기 시오야키 중심의 우나쥬(うな重)로 짧게 구성되어 있었다. 숯의 향이 잘 배면서도 녹진함은 살아있는 시오야키와, 매콤함과 생강 향이 도는 우나기 육수가 함께 나와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셰프의 설명과 계절감 있는 공간
요리에 대한 셰프의 설명에는 자부심과 전문성이 묻어났다. 교토 수련 시절 이케바나(유파는 미쇼류未生流로 기억한다)와 다도까지 직접 배웠다는 이력도 인상 깊었다. 계절에 맞춘 꽃 장식, 카운터 맞은편 속새(마디초) 조경, 늦여름 방문 때 속새 사이에 둔 귀뚜라미 소리 등 카이세키다운 서사와 계절감이 공간 곳곳에 담겨 있었다. 다만 사케 리스트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페어링은 와인 쪽에 무게가 더 실린 인상이었는데, 일본 현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종종 봐온 터라 자연스러운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대의 벽으로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예약 자체가 어려워져 그 고민조차 사치가 되어버렸다.
상세 기록과 사진은 録 日常記録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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